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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렛 미 인, 바시르와 왈츠를, 더 폴, 사과, 과속스캔들

2009/02/23 12:12
밀린 영화 감상문. 오랜만이라 별점에 대한 기준도 가물가물해져서 대충 매겨보았다.
극장에서 본 것과 아닌 것이 섞여있음. (찾아낸다고 해도 '칭찬' 안 해드림;)

렛 미 인
(Lat Den Ratte Komma In, 2008, Tomas Alfredson) ★★★
감상하기 전부터 여기저기서 '좋더라'는 이야기를 주워들어 막연하게 서정적인 이미지를 그려놓고 있었다. 서글프고 아름다운 아이들의 사랑 이야기 정도. 그렇지만 내가 맞닥뜨린 것은 '사랑'에 눈먼 이기주의와 폭력의 하모니. 오스칼과 이엘리의 사랑에 빠져들지 못한 탓일 거다. 그러니까 이엘리가 '뱀파이어'였기 때문이고, 그녀가 무고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물어뜯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람'이기 때문이고. 나는 소/돼지/닭고기를 즐겨먹는다. 어떤 '살인'은 통쾌한 것이 되고 어떤 살인은 잔학무도한 짓이 된다. 모든 관점은 소속된 집단/관계와 자라온 교육/환경에 달려있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뱀파이어 소녀의 살인 행위를 미화시키지 않은 것 같다. '생에 대한 본능'으로 그리고 있어 오히려 약간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음악과 영상은 논란의 여지없이 뛰어났다.

바시르와 왈츠를 (Waltz With Bashir, 2008, Ari Folman) ★★★☆
뱀파이어가 생을 유지하기 위해 '으쩔 수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과 달리, 사람들은 뭔가 조금 더 복잡해보이지만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같은 종족을 차별적으로 학살하곤 한다. 식량으로 쓰지도 못하고 엄청난 낭비 아닌가?...가 아니라, 인간이 존재하는 한 전쟁은 사라질 수 없는 것인가?
레바논의 기독교인(팔랑헤 민병대)들이 종교와 핏줄과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베이루트 근방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사브라,샤틸라)의 아랍인들을 무참히 살육한다. 그리고 그 뒤엔 이스라엘 군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지역에 파병된 군인 중 하나였던 아리 폴만이 반성의 메세지를 담아 <바시르와 왈츠를>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가해자'가 만든 영상물들이 으레 그렇듯 사건의 무게에 비해 많이 감상적이었고, 변명이 가득했다.
로토스코프(Rotoscope) 기법으로 이미지를 처리한 것 같은데, 종종 예산 부족 때문인지 미처 손보지 못한 실사 배경들이 보였다. 옥이 티라면 티. 인물과 배경의 갭 또한. 실제와 환상을 넘나드는 화면 구성이나 음악은 좋았다. 아참, 히브리어는 못 알아먹는 입장에서는 들어주기 힘든 언어였다. 파찰음 등이 매우 거슬리더군.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The Fall, 2006, Tarsem Singh) ★★★★
'살인'도 요렇게 표현하면 '동화'가 된다. 요렇게 찍으면 프레임 하나하나가 '작품'이 된다. 진일보한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도입이 화려하게 영화를 포장하는 홍보 문구로 이용됐던 적이 있는가 하면, 이제는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게 자랑거리가 되기도 하는 시대이다. 물론 CG를 사용한 만큼의 퀄러티를 결과물에서 보여줘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감독 타셈 싱이 장소를 섭외하고 촬영하느라 겪었던 고충이 영상에 그대로 묻어있다. 주인공들의 의상이며 배경이 되는 자연 경관과 건축/구조물들의, 색채와 형태의 감각적인 조화. 그리고 그 안에 흐르는 환상의 동화 라인. 주인공 꼬맹이 소녀(카틴카 언타루)의 연기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단디 그 몫을 해냈다. 순박한 표정과 또박또박한 영어 발음이 어찌나 귀엽던지...

사과 (Sa-Kwa, 2005, 강이관) ★★★
생각보다 별 생각 없이 보고 말았던 영화. 나쁘진 않았다. 문소리는 평범한 여인네 역엔 잘 어울리지 않는 것도 같다. 묵은 사랑에선 향기가 날까? 향기가 있건 없건 어쨌건 사랑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사과를 받았던 현정이 무럭무럭 자라 '사과'를 건네고 사과를 한다. 관계를 정리하고 또 이어나가는 방법을 익힌다. 사랑의 여러 모습들. 요구하는 사랑, 양보하는 사랑, 주는 사랑, 받는 사랑, 이해하는 사랑, 틀어지는 사랑, 말 없는 사랑, 오래된 사랑, 덜 익은 사랑... 극적인 부분은 없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나한테 뭐 바라는 거 없냐고" "없어" "이제 와서 이런다는 게 말이 되니" "뭐가 이러니 이게 뭐야"

과속스캔들 (2008, 강형철) ★★☆
평점에 완전히 낚였다. '욕'까지 할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애써 극장까지 가서 볼 영화는 더더욱 아니었다. 뭘 기대한 걸까. '꼬맹이'가 몇 번 웃겨주었으니 그걸로 되었다며 위안을 삼았더랬었지. 하여간 잘 고른 꼬맹이 하나가 영화를 살리고 죽이...
2009/02/23 12:12 2009/02/23 12:12
tags : 사랑, 살인, 영화, 영화감상문, 전쟁, 폭력
notes/film | by oopsmax | Trackback 0 | Comment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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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택견꾼  2009/02/26 22:50  comment address delete or modify reply

    흠, 과속스캔들...
    우리 점박이가 그 기동이필이 좀 납니다.
    하지만 연기는... -0-

  2. 팡주  2009/03/02 03:31  comment address delete or modify reply

    근래 개봉한 '인터내셔널' 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말이죠. 참 '이때다'싶은 최적의 소재로 너무나 산만하게 영화를 만들어서 집중이 전혀 안되더군요. 조조로 봤는데 팝콘값이 아깝더라구요.

  3. oopsmax  2009/03/03 22:30  comment address delete or modify reply

    택견꾼/ 실은 본 지 쫌 된 영화라 기동이가 구체적으로 어땠는지 가물가물하기까지 하네요; 이놈의 건망증(?). orz 점박군은 어떤 꿈을 갖고 있을지 살짝 궁금합니다. ^ ^;

    팡주/ 호기심에 찾아봤는데 딱히 땡기지는 않네요. 다행인가; 오늘 우연찮게 읽은 임진모씨의 샤인 어 라이트 리뷰 마지막 단락이 생각나요. "소재가 아닌 주제로 호령하는 영화"... 소재 찾는 것만도 힘든 일이긴 하지만 말씀이에요.

  4. 이시태  2009/03/06 20:57  comment address delete or modify reply

    와우. 과속스캔들에 대한 혹평은 맥스님이 최초신 거 같아요 (물론, 제가 봰 본 중에...ㅋㅋ) 너무 상업적이었나봐요.

  5. HunS  2009/03/08 06:06  comment address delete or modify reply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

    위의 영화들중, 딱 두개를 봤네요. 렛미인...그리고 과속스캔들.

    렛미인은 음악과 영상...그리고 그무언가에 꽤나 여운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한가지 아쉬운건 오리지널 포스터를 보고, 한국판 영화포스터를 보았을때...
    한국에 배포된 렛미인 포스터는 관객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오리지널 포스터는... 영화의 감성을 담으면서, 어떤 강요없이
    영화의 느낌이라는것을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맡겨둔 느낌같았습니다.
    한국판 포스터는 크게는, 단지 몇글자가 포스터에 더해진것뿐인데...느낌이 많이 달라지더라구요.

    과속스캔들은, 중학교때였나, 故최진실씨 주연의 고스트맘마를 보고 나왔던 기분이었습니다.
    (한국영화를 비하하는건 아닌데... 제가 중학교 시절 한국 코메디물을 극장에서 보았을때의
    그 허무함을 느꼈었던것 같습니다^^:;;)
    장모님 모시고 같이 봤었는데...사실 지금도 왜 800만이란 사람이 본영화인지 이해불가...
    뭐, 박보영이라는 친구의 가능성을 엿볼수 있었지만요.

  6. sochaeck  2009/03/27 01:25  comment address delete or modify reply

    앗..어쩜 제가 본 영화는 하나도 없군요 ㅜㅡㅜ
    더 폴은 보고싶었는데. 나중에라도 챙겨서 봐야겠네요 ^^

  7. 대마왕  2009/06/07 21:30  comment address delete or modify reply

    요그 잡나여.. 업데이트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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